뛰어난 하드웨어와 그에 걸맞는 엉망인 소프트웨어로 익히 알려진 켄싱턴의 트랙볼 드라이버가 얼마 전에 업데이트 되었다. 기존에 수년동안 사용되던 TrackballWorks가 아닌 KensingtonWorks라는 이름으로 새로 출시되었는데, 얘네들은 왜 자꾸 버전업 할 생각은 안하고 소프트웨어를 갈아 치우는지 모르겠네. 지금 사용중인 Kensington Slimblade도 최조에는 Slimblade driver로 시작해서 TrackballWorks로 넘어가더니, 이제는 KensingtonWorks를 사용하랜다. 보시다시피, 일단 외관이 좀 좋아졌다. 메트로 인터페이스 느낌도 나고.. 깔끔하니 좋다. 기능은 기존의 TrackballWorks와 동일하게 버튼 설정, 포인터 설정, 스크롤 설정으로 구분된다.

 

 

 

특이할 만한 점은 클라우드 바인딩이라고 트랙볼 설정을 구글드라이브나 원드라이브에 백업 할 수 있다는 점인데, 무선 트랙볼을 여기저기 가지고 다니면서 쓰는 사용자라면 상당히 편리한 기능일 듯. 다만 현재 버젼에서는 바인딩한 클라우드 계정이 자꾸 풀리는 버그가 있는 것 같다. 백업은 잘 되는데, 백업 할 때마다 클라우드 계정하고 연동을 시켜줘야 한다.

TrackballWorks 시절에 이 기능이 있었는지 가물가물 한데, 하여간 응용프로그램별로 트랙볼의 버튼 설정을 달리 할 수 있는 기능도 들어있다. 난 프로그램마다 할당한 기능을 외우기가 귀찮아서 이런 기능은 잘 안쓰는 편이지만 똑똑한 사람들은 편리하겠네.

 

 

 

아,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변경점은 바로 마우스와 트랙볼을 같이 사용할 때, 마우스 휠의 스크롤 값이 1로 고정되는 버그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느릿느릿한 휠 스크롤을 사용하거나, 이런 저런 편법을 사용하던 시절은 이젠 안녕~ 마우스와 함께 쓰더라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업데이트 할 가치는 100% 이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9461154



영화 시사회나 서평단 모집과 같은 건수에 응모 찬스가 생기면 종종 도전하는 편인데, 정말 오랜만에 당첨이 되는 기회가 찾아왔다. 마지막으로 당첨되었던 것이 영화 ‘맨 오브 스틸’의 시사회였으니 거의 4년만이다. 이번에는 영화가 아닌 책이다. 바다출판사에서 출간되는 과학교양서적, ‘생명의 설계도 게놈 편집의 세계’에 대한 서평단으로 당첨된 것이다.


사실 운이 좋아서 당첨이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Facebook을 통한 서평단 지원자의 수를 볼 때 대략 두 명에 한명 꼴로 당첨이 된 셈이니 말이다. 아마도 ‘게놈’이니 ‘유전자’니 하는 것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람들로 하여금 서평단에 지원하는 것을 망설이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왠지 머리가 아프고 어려울 것만 같은 그런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지는 단어이지 않은가. 아마도 어떤 이에게는 어릴 적 동네 어귀를 뛰어다니며 풍뎅이와 개구리를 잡던 한 아이가 ‘생포자’가 되어버린 동기를 제공해준 그런 트라우마의 원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그런 어렵고 난해한 최신의 생물학 연구 분야를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설명하는 딱딱한 과학교재는 아니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교양서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책의 저자는 일본의 방송국인 NHK에 소속된 ‘게놈편집 취재반’으로, 이들이 최근 수년간 게놈 편집이라는 첨단 분야에 대해 취재한 나용을 정리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 이번에 국내에 출간이 된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게놈 편집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이야기하고, 실제로 이를 이용한 어떠한 연구가 이루어지며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또한 현재 이 기술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크리스퍼 캐스9’을 소개하며, 이와 관련된 산업 동향까지 아울러 언급하고 있다.


이렇게 최첨단의 게놈 편집 기술을 주제로 쓰여졌지만 학자가 아닌 기자의 시선에서 취재와 인터뷰라는 지극히 교양적인 접근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에, 이 분야에 대한 전공지식이 없다 하더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흡사 총 6장으로 이루어진 과학 다큐멘터리의 서적판이라는 느낌이다. 간혹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도해와 함께 이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하기도 하지만, 다큐멘터리 프로에서도 중간중간에 CG를 이용한 설명파트를 삽입하곤 하지 않은가. 그리고 이론적 설명이라 하더라도 고등학교 수준의 생물학적 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모든 내용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을 정도를 지키고 있으니 어려워서 읽기가 힘들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최신의 연구 분야를 기자의 눈높이에서 사례 위주로 쉽게 서술하여 다양한 계층이 읽을 수 있게 구성한 과학 교양서적이라 할 수 있겠다. 과학적 교양을 쌓고자 하는 일반인이나 고등학생, 그리고 생물학의 최신 연구 분야에 대한 동향을 파악하고 싶은 학부생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앞서 책의 구성이나 집필방향이  TV 다큐프로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는데, 과학 다큐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 또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족 1. 일본에서 쓰여진 책을 번역한 것이다 보니, 한국의 연구진 또한 생명공학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언급이 되고 있지 않다. 읽는 내내 아쉬웠던 부분.

사족 2. 첨단 분야라는 주제의 특성상 읽고자 마음 먹었다면 빨리 읽는게 이득이다. ‘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이다’라는 인생의 진리를 잊지 말자.

사족 3. 책이 많이 팔려서 오타가 교정된 2쇄, 3쇄가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다.


You Need A Budget은 Team YNAB에서 만든 개인용 금융관리 프로그램입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기에스팀의 You Need A Budget 평가란에 썼던 추천 글을 이곳에도 올려봅니다. 구입은 공식 홈페이지스팀에서 모두 가능합니다만, 스팀에서 구매해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DRM free 버젼을 다운받을 수 있고, 또 스팀에서는 종종 할인도 하고 있으니 스팀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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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Need A Budget - 님은 예산이 필요함 ㅇㅇ


모바일부터 데스크탑까지 세상에 널리고 널린 금융관리 프로그램 중에서 이 프로그램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자금 관리의 주체가 계정(Account)이 아닌 예산(Budget)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예산은 '어떠한 목적으로 얼마를 소비할 것인가'를 의미한다. 나의 월단위 고정수익을 고려해서 일정한 소비패턴을 만드는 것 - 교통비 10만원, 식비 20만원, 게임 5만원, 데이트 10만원.. 뭐 이런식이다.


물론 단위로 입출을 기입하고 전체적인 자금 보유량을 관리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프로그램들과 동일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로 하여금 자금의 가용 여부를 잔액이 아닌 예산으로 판단하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당신이 매달 게임에 5만원을 사용하겠다고 예산을 세웠는데 찜목록에 있던 게임이 데일리 딜으로 올라왔다고 치자. 당신의 주머니에는 현금 10만원이 있고, 통장에는 여윳돈 50만원이 있으며, 카드 한도는 아직 300만원이 남아있다. 현실적으로 충분히 게임을 구매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하지만 당신의 게임에 대한 예산은, 지난 달의 여름 세일때 평상시 구매량의 두배를 넘게 구매를 해버린 탓에 이번 달 예산까지 다 까먹고 현재 -20,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가용자금을 볼때는 흑자이지만, 예산의 관점에서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또 다시 게임을 구입하여 현재 마이너스인 예산에 마이너스를 더 얹을 것인가? 아니면 게임 지르는 것을 참고 다른 취미관련 예산에서 지출을 억제하여 마이너스를 메울 것인가? 물론 결정은 당신의 몫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예산의 흐름을 수치와 그래프로 제시하여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당신의 등을 떠밀어 준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밖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더 많은 당신을 위해 언제 어디서나 알뜰살뜰한 소비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모바일용 앱 또한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며, 모바일과 데스크탑은 dropbox를 통해 항상 실시간으로 동기화된다. 처음에는 불편하더라도 익숙해지면 간단한 간식거리나 사소한 지출까지 꼼꼼히 기입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습관은 곧 체계적인 예산의 수립과 합리적인 지출로 이어지며, 언젠가는 당신도 연단위 소비내역 그래프를 뽑아보면서 웃을 수 있게 된다. 그런 무서운 소프트웨어이다. 자금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그래프 기능 또한 매우 훌륭한 편으로 예산별, 계정별, 기간별 그래프를 매우 유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아마 별 고민 없이 세일때마다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를 남발하는 스팀 유저라면 이 프로그램의 그래프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가랑비에 옷을 젖게 만들고 있는지를 보고 놀랄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깐...


복잡하다 생각되는가? 걱정할 필요 없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메일로 '일주일 완성 YNAB 배우기' 코스를 구독할 수 있으며, 주기적으로 열리는 영상 강좌를 통해 제작진이 알려주는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우고 실시간으로 질문할 수 도 있다. 문제는... 이 모든게 영어라는 점. 이메일 코스도, 영상 강좌도, 심지어 이 프로그램 자체도... 모조리 영어뿐이다;; 그리고 2byte 문자의 끝글자가 잘리는 버그라던가, 프로그램이 무겁다(...라기 보다는 데이터셋이 증가할수록 다루는 시간이 늘어나는 느낌)던가 하는 사소한 단점 또한 아쉬운 면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하게 다룰 수 만 있다면 당신의 소비생활에, 그리고 스팀 라이프에 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임은 두말 할 것도 없다. 혹시 이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는데, 혹은 구입을 했는데 사용법을 잘 모르겠다 하는 분은 친구 등록 후 메세지를 주시기 바란다. 여력이 되는 데까지 도와드리도록 하겠다. 그렇게 해서라도 충분히 써 볼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ps. 간혹 '엑셀로 다 되는 기능인데 왜 프로그램을 사나여?' 라고 물으시는 분에게는 '걷거나 버스를 타도 어디든 갈 수 있는데 왜 차를 사나여?' 라고 답변을 해드리고 싶다'ㅅ'





논스톱 (2014)

Non-Stop 
8.4
감독
자움 콜렛-세라
출연
리암 니슨, 줄리안 무어, 미쉘 도커리, 앤슨 마운트, 스쿠트 맥네이어리
정보
액션 | 미국 | 106 분 | 2014-02-27


오락영화로써의 스릴러 장르는 테트리스와 비슷한 면이 있다.


블럭은 스릴러를 이루는 요소들 - 시나리오, 연출, 음향 등등 - 이며, 빈틈이 없이 차곡차곡 쌓여진 블럭은 곧 영화의 개연성이 명확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무리 블럭을 쌓아도 결코 소거가 되는 일은 없다. 오락영화로써의 스릴러를 이루는 가장 큰 축, 작대기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블럭의 높이 또한 점점 높아져 가며 감상자는 언제 게임오버가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작대기가 내려와서 산더미처럼 쌓인 블럭을 정리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동시에 갖게 된다. 오락영화로써 잘 만들어진 스릴러는 빈 공간 없이 블럭을 쌓아 나가며 감상자의 몰입을 유도하고 그 긴장감이 최대에 달했을 때 작대기를 통해 구축해 놓은 개연성을 말끔하게 정리하여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준다.


개연성이 부족한 영화는 블럭더미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 작대기를 내려보내도 잔뜩 조성한 긴장감을 해소하지 못한채 아리송한 결말을 짓게 되는 되며, 혹은 블럭이 천정에 닿아 게임오버가 되어버리도 한다. 물론 '미스트'와 같이 블럭을 꼼꼼하게 잘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게임오버를 유도하여 뒤끝 있는 결말을 제시하는 영화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게임오버는 떡밥을 적절하게 회수하지 못하여 깔끔한 매듭을 짓지 못한 케이스에 해당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논스톱'은 상당히 블럭의 밀도가 높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적절한 연출은 구멍이 없는 뚜렷한 개연성을 제시하며, 블럭의 낙하속도 또한 완급이 잘 조절되어 있어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흡입력을 제공한다. 여기까지는 정말 괜찮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렇게까지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블럭을 천정 언저리까지 잘 쌓아두고서는 마지막에 내려보낸게 작대기가 아니라 L블럭이었다는 것이다. 복선과 떡밥, 그리고 미스테리가 풀리는 깔끔한 기승전결을 기대하며 과감하게 블럭을 내리꽂지만 L블럭은 모퉁이에 걸려서 내려가지 않고, 고작 맨 위에 두줄 정도만 겨우 지운채 영화는 끝나버린다.


물론 블럭을 쌓아나가는 과정은 매우 훌륭한 수준이었으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대기에 의한 시나리오 해소는 오락영화로써의 스릴러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중 하나이고, '쏘우'나 '파이트클럽'과 같은 영화들이 오락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명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 어..! 어!!!!! 어?! 로 마무리되는 기승전병 구조가 아쉬울 따름이다.


한가지, 작품성과는 별개로 주목할 만 점이 있는데 바로 디지털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자막연출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자막으로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원어를 이해하며 감상하는 것에 비해 몰입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를 디지털 작업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잘 커버하고 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한번쯤 볼 가치는 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한가지 더, 리암 니슨 아저씨는 쉰들러리스트나 러브액츄얼리, 킹덤오브헤븐 같은 영화를 통해 나름 연기파 배우로써의 이미지를 쌓아오다가 어째 노년에 들어 액션 배우로 캐릭터가 확 바뀌는 느낌이다. 20세기를 빛낸 액션 배우들이 연기에 약하다는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줄줄이 떨어져 나간 걸 생각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케이스라는 생각이 든다. I'll find you and I'll kill you의 임팩트가 대단하긴 한가 보다.


그러고보니 이런 논스톱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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