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스톱 (2014)

Non-Stop 
8.4
감독
자움 콜렛-세라
출연
리암 니슨, 줄리안 무어, 미쉘 도커리, 앤슨 마운트, 스쿠트 맥네이어리
정보
액션 | 미국 | 106 분 | 2014-02-27


오락영화로써의 스릴러 장르는 테트리스와 비슷한 면이 있다.


블럭은 스릴러를 이루는 요소들 - 시나리오, 연출, 음향 등등 - 이며, 빈틈이 없이 차곡차곡 쌓여진 블럭은 곧 영화의 개연성이 명확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무리 블럭을 쌓아도 결코 소거가 되는 일은 없다. 오락영화로써의 스릴러를 이루는 가장 큰 축, 작대기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블럭의 높이 또한 점점 높아져 가며 감상자는 언제 게임오버가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작대기가 내려와서 산더미처럼 쌓인 블럭을 정리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동시에 갖게 된다. 오락영화로써 잘 만들어진 스릴러는 빈 공간 없이 블럭을 쌓아 나가며 감상자의 몰입을 유도하고 그 긴장감이 최대에 달했을 때 작대기를 통해 구축해 놓은 개연성을 말끔하게 정리하여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준다.


개연성이 부족한 영화는 블럭더미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 작대기를 내려보내도 잔뜩 조성한 긴장감을 해소하지 못한채 아리송한 결말을 짓게 되는 되며, 혹은 블럭이 천정에 닿아 게임오버가 되어버리도 한다. 물론 '미스트'와 같이 블럭을 꼼꼼하게 잘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게임오버를 유도하여 뒤끝 있는 결말을 제시하는 영화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게임오버는 떡밥을 적절하게 회수하지 못하여 깔끔한 매듭을 짓지 못한 케이스에 해당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논스톱'은 상당히 블럭의 밀도가 높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적절한 연출은 구멍이 없는 뚜렷한 개연성을 제시하며, 블럭의 낙하속도 또한 완급이 잘 조절되어 있어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흡입력을 제공한다. 여기까지는 정말 괜찮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렇게까지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블럭을 천정 언저리까지 잘 쌓아두고서는 마지막에 내려보낸게 작대기가 아니라 L블럭이었다는 것이다. 복선과 떡밥, 그리고 미스테리가 풀리는 깔끔한 기승전결을 기대하며 과감하게 블럭을 내리꽂지만 L블럭은 모퉁이에 걸려서 내려가지 않고, 고작 맨 위에 두줄 정도만 겨우 지운채 영화는 끝나버린다.


물론 블럭을 쌓아나가는 과정은 매우 훌륭한 수준이었으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대기에 의한 시나리오 해소는 오락영화로써의 스릴러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중 하나이고, '쏘우'나 '파이트클럽'과 같은 영화들이 오락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명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 어..! 어!!!!! 어?! 로 마무리되는 기승전병 구조가 아쉬울 따름이다.


한가지, 작품성과는 별개로 주목할 만 점이 있는데 바로 디지털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자막연출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자막으로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원어를 이해하며 감상하는 것에 비해 몰입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를 디지털 작업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잘 커버하고 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한번쯤 볼 가치는 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한가지 더, 리암 니슨 아저씨는 쉰들러리스트나 러브액츄얼리, 킹덤오브헤븐 같은 영화를 통해 나름 연기파 배우로써의 이미지를 쌓아오다가 어째 노년에 들어 액션 배우로 캐릭터가 확 바뀌는 느낌이다. 20세기를 빛낸 액션 배우들이 연기에 약하다는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줄줄이 떨어져 나간 걸 생각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케이스라는 생각이 든다. I'll find you and I'll kill you의 임팩트가 대단하긴 한가 보다.


그러고보니 이런 논스톱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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