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로 결혼식장을 잡고 나서 이것 저것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가장 난처한 것중 하나가 예물이었다. 다른 것들이야 평상시에 어깨 너머로 본 것들도 있고, 또 한복이나 예복, 스튜디오 같은 것들은 대충 시장이 돌아가는 걸 알고 있으니 별로 문제될 것이 없는데 예물은.. 평상시에 수십 수백만원 가량의 주얼리를 사본 경험도 별로 없고 또 시세 같은 것도 전혀 정보가 없으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가 참 난감했다.


아는게 없으면 할 수 있는건 발품밖에 없다. 그래서 집 근처에서 가까운 예물샵부터 시작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나오는 나름 인지도가 있는듯한 주얼리샵을 방문하면서 견적상담을 받아보았다. 대략 두어달동안 틈틈히 돌아다닌 업체가 인천, 종로, 강남 등을 전부 포함해서 10군데가 훌쩍 넘는듯 싶다. 개중에는 와 정말 괜찮다 싶은 곳도 있었고, 아니 이런데도 장사가 되네-_-;; 싶을 정도로 영 아닌 곳도 있었다.


대충 몇군데를 다녀 보니 예물이라는 게 어떻게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예물 선택시 무엇을 봐야 하는지 감이 오는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한 예물 선택시의 주요 고려점은 대충 다음과 같다.




1. 가격이 합리적일 것

말할 필요도 없다. 어떤 물건을 구입하더라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항목이다. 특히 예물의 경우는 샵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 만별이니 귀찮더라도 반드시 여러 곳을 돌아다녀보고 견적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2. 정보를 숨기지 않고 제공할 것

주얼리 구입 경험이 많지 않은 일반인에게는 어떻게 해서 제품의 가격이 형성되고, 제품의 등급이 어떻게 나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을 수밖에 없다. 다이아의 가격이 컷팅, 투명도, 컬러등 세분화 된 등급에 의해 결정되고 귀금속의 가격에는 디자이너의 네임벨류가 반영된다. 이러한 디테일한 정보를 감추고 단순히 '몇캐럿 다이아몬드는 얼마입니다, 이 반지는 얼마입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는 샵은 일단 걸르는 것이 좋을거라 본다.


3. 인테리어가 잘 되어있고 점원의 응대가 친절할 것

결혼을 앞둔 신부에게 있어 결혼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은 자신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는 이벤트이다. 예물을 구입하는 것 또한 그저 '보석을 산다'는 개념이 아닌 '신부로써 축하받는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지 쌓인 낡은 진열대에서 무뚝뚝한 점원으로부터 보석을 사는 것 보다는, '반짝이는 조명과 깔끔한 디스플레이가 일품인 샵에서 점원에게 응대 받으며 예물을 선택한다'는 경험을 신부에게 선물해주자.


4. 주얼리의 디자인이 신부 마음에 들 것

말할 필요도 없다 2. 예물의 주인은 신부이고 예물 선택의 1차 조건은 신부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샵을 몇군데 돌아다니다 보면 철 지난 예전 디자인의 제품만 잔뜩 구비하고 있는 곳도 있고, 나름 디자인의 유행을 반영하면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들이는 곳이 있는데 가능하면 다양한 디자인을 접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도록 하자. 신부가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도록.




이런 기준으로 몇군데의 샵을 방문하다가 결국 선택한 곳은 종로도 강남도 아닌 집에서 가까운 인천의 S 샵이었다. 여기저기 알아보러 다니던 중 모 샵에서 귀금속 세공 명장인 J 명장의 작품들을 보고 신부가 맘에 들어했었는데 가격대가 예상보다 높아서 그냥 돌아온 적이 있었다. 이후 인천에도 J 명장의 작품을 다루는 샵이 있다고 해서 찾아간 곳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이 샵이었다.


예약 없이 불쑥 찾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점원 및 대표의 응대가 매우 친절했으며,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보유한 상품의 퀄리티 또한 괜찮았다. 신부의 의견을 따라 가격대가 다소 높은 J 명장의 작품을 결혼반지로 선택하였는데, 최종적으로 산출된 가격대는 나름 합리적인 수준이었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선택한 결혼반지와 신부세트. 위의 브로치는 양가 어머님을 위한 서비스로 받았다.



결혼반지로 선택한 J 명장의 반지. 깔끔하면서도 화려해야 한다는 참 알수 없는 신부님의 요구에 들어맞는 반지ㅎㅎ



서비스로 받은 패션세트. 샵에서 제시하는 몇가지 중에 선택한건데, 서비스 치고는 디자인이 꽤 괜찮은 것 같다.




뭐, 사람마다 개개인의 취향이 있는 법이고 블로그니 뭐니 하면서 광고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여기를 가세요, 가지마세요 이런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는 예물때문에 매장 십수곳을 방문했었고 최종적으로 괜찮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된다. 아, 신부님이 신부세트를 선택하면서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다른 디자인의 제품이 있었는데, 요건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다시 샵을 방문해서 따로 구입해뒀다. 프로포즈에 써먹으려고.. 유부남이 되는 길은 참 멀고도 험한 것 같다. 프로포즈는 또 어떻게 해야 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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